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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성·자연미 간직…오름 경관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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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태철
작성일 2024.06.10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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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봉개동 제주절물자연휴양림 내의 작은절물오름.


표고 656.7m, 비고 120m의 이 오름은 인접한 절물오름(표고 696.9m, 비고 147m)에 비해 높이나 규모가 작아, 별칭 없이 작은절물오름(작은대나)이라는 이름이 부여됐다.


작은절물은 큰절물오름에 가려져 철저히 무시되고 외면된 오름이다.


절물자연휴양림은 전국 최고를 자랑하는 산림휴양지이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작은절물에 대한 언급은 없다. 휴양림 탐방객들 모두가 한 장씩 갖고 가는 그림지도 홍보물에도 큰절물오름만 있을 뿐 작은절물에 대한 표시조차 없다. 이 때문에 절물오름 탐방객도 찾아보기 힘들다.


고통과 시련이 사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 듯, 이 같은 무시와 외면이 오히려 작은절물의 야생성과 자연미를 가미시키며 더욱 건강하게 키우는 듯하다. 작은절물을 가기 위해서는 절물휴양림 내 너나들이길을 택하거나, 큰절물오름 정상에 오른 후 맞은편으로 하산하면 된다.


큰절물오름 정상 분화구 순환로를 걷다보면 장생의 숲길·너나들이길로 빠지는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이 갈림길(내리막길)로 들어선다. 이 길을 몇 분 걸으면 너나들이길과 만난다.


작은절물로 가는 너나들이길.
너나들이길로 진입. 왼쪽으로 약 100여m를 가면 오른쪽 숲 사이로 사람 하나 통과할만한 틈이 있는데, 이 틈이 작은절물의 초입이다. 그 흔한 표지판조차 없다.


이 지점서 작은절물 정상까지는 약 200여m. 목재테크 등 인공적인 시설물은 찾아볼 수 없다.


맨땅에 울창한 숲속을 걷는 것뿐. 간혹 오래전 다녀간 이들이 묶어놓은 낡고 색 바랜 나일론 끈이 간혹 보일 뿐. 사람의 발길이 없고 워낙 울창한 숲이라 정상에서도 주변을 바라볼 조망권은 없다. 정상에서부터 굼부리 둘레를 걷는 길이 험난한 과정이다.


먼저 다녀간 이들의 흔적을 따라 오른쪽으로 진행. 워낙 숲이 울창해 나뭇가지와 가시들이 앞을 가리고, 가지 말라는 듯 옷을 잡는다.


허리와 무릎을 굽혀 낮은 자세로 수풀을 뚫고, 전정가위로 방해물을 자르고, 바닥을 유심히 보며 얼마를 걸으니 드디어 시야가 뻥하고 뚫린다.


제주 남서부 방향으로 오름군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이 구간은 겨우 5m 남짓. 이어서 더 빽빽한 숲길을 뚫고 가는 고난의 행군이 이어진다.


작은절물에서 바라본 주변 오름들.
사방 분간없이 숲길을 뚫다보니 나무 틈 사이로 절물휴양림 맞은편에 있는 민오름 정상부분이 눈에 들어오고 멀지 않은 곳에서 차량들의 엔진음이 들린다.


조심조심 한 걸음씩 옮기다보니 아스팔트길. 바로 민오름 옆 사려니숲길 주차장 앞이다. 작은절물로 들어선 후 이 곳까지 겨우 1㎞ 남짓한 거리지만 수㎞를 걸은 듯한 느낌이다.


작은절물을 탐방하기 위해서는 한여름에도 긴 바지와 긴 팔옷, 그리고 곳곳에서 뱀이 출몰하기 때문에 스패츠는 필수.


절물오름을 가고 싶다면 조금이나마 시야가 확보되는 동절기에 찾아가기를 권한다.

 

조문욱 기자



출처 : 제주일보(http://www.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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